솜 공장에서 호찌민 증시 상장사로, 25년 근속자 80명과 함께 걸어온 30여 년
글 강다원 객원 기자·편집국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짠가고이뎀 한꾸옥(Trang ga gối đệm Hàn Quốc)’은 단순한 제품명을 넘어 ‘한국식 종합 침구 세트’를 뜻하는 대명사이자 업계 표준으로 통한다. 베트남에 이 토탈 침구라는 새로운 개념과 시장을 정립하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은 주인공이 바로 에버피아다.
1990년대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B2B 솜·패딩 생산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에버피아는 지난 30여 년간 끊임없는 도전과 체질 개선을 거치며 베트남을 대표하는 토탈 리빙 기업으로 성장했다. 계절적 기복이 큰 부자재 생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침구 사업은 베트남 소비자들의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렸고, 에버피아는 호찌민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베트남 증시에서도 견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베트남 침구 시장의 대명사가 된 브랜드 ‘에버론(Everon)’을 중심으로, 에버피아가 걸어온 30여 년의 역사와 기업 경쟁력을 살핀다.

성장의 세 가지 분기점: 부자재에서 토탈 침구로, 그리고 상장까지
에버피아의 성장사는 베트남 내수 시장의 발전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초기 전신 회사의 베트남 생산 기지로서 솜·패딩 사업을 전개했던 에버피아는 여름 성수기와 겨울 비수기의 차이가 큰 비즈니스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솜을 활용한 이불과 매트리스 제조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B2B 부자재 중심에서 베트남 일반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 침구 사업으로의 진출은 회사가 현지 시장에 뿌리내리는 첫 번째 결정적 변곡점이 되었다.
두 번째 전환점은 2004년 11월에 찾아왔다. 전신 회사가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을 때, 현 이재은 대표 중심의 경영진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에버피아’로 새롭게 출발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인수 후 생산, 관리, 영업 전반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실을 다졌다. 그 결과 인수 6년 만인 2010년 호찌민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며 기업의 투명성과 대외 신인도를 한층 높였다. 에버피아의 핵심 경쟁력은 제조업의 기본에 충실한 수직계열화 구조에 있다. 원자재인 솜 생산부터 제품 디자인, 제조, 그리고 베트남 전역의 대리점망을 통한 최종 소비자 판매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시장의 변화에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베트남 침구 시장의 표준을 만든 브랜드, 에버론(Everon)
1995년 침구 사업 진출에 이어 1999년 정식으로 선보인 ‘에버론(Everon)’은 베트남 침구 시장의 지형을 새로 쓴 브랜드다. 당시 베트남 시장에는 라텍스 매트리스 브랜드 정도를 제외하면 이불, 베개, 커버, 매트리스를 통합하여 다루는 ‘토탈 침구 브랜드’ 개념이 부재했다.
에버피아는 한국의 고품질 원단을 들여와 우수한 품질의 침구 세트를 제조·공급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했다. 에버론의 성공은 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식 침구 세트를 뜻하는 ‘짠가고이뎀 한꾸옥(Trang ga gối đệm Hàn Quốc)’이라는 표현이 업계 표준이자 고유명사처럼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브랜드 구축 과정에서는 전략적 브랜딩과 독자적인 현지화의 조화가 이뤄졌다.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성을 전파하는 한편, 제품 개발에서는 현지 디자인 팀을 가동해 베트남 소비자가 선호하는 색감과 터치감, 디자인을 섬세하게 반영했다.
에버피아의 성장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은 베트남 전역을 망라하는 강력한 대리점 네트워크다. 에버피아는 약속 이행과 상생, 상호 존중을 원칙으로 대리점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1세대 대리점주에서 2세대로 경영이 승계되거나 친인척이 연계되어 수십 개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대리점 네트워크 가문이 형성되는 등 베트남 유통망 내에서 독보적인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