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COFFEE MASTER] 베트남 커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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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향과 단맛을 내는 로부스타, 달라지는 베트남 커피의 얼굴

여러분은 베트남 커피 하면 어떤 맛이 떠오르시나요? 인스턴트커피로 베트남 커피를 처음 접하셨다면 달고 강한 맛이 떠오르실 수도 있겠습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로부스타에는 ‘저렴하고 쓴맛이 강한 커피’라는 이미지가 따라옵니다. 그런데 그 로부스타에서 향긋한 과일 향과 기분 좋은 단맛, 깔끔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번에는 익숙한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베트남 커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영민의 COFFEE MASTER] 베트남 커피의 미래

파인 로부스타부터 엑셀사까지 고급 로부스타 산지인 베트남

우리는 흔히 아라비카는 고급 커피, 로부스타는 저렴한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는 커피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생산과 유통의 역사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로부스타는 오랫동안 인스턴트커피와 블렌딩의 원료로 활용되면서 섬세한 향미보다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최근에는 정교한 재배와 가공, 체계적인 품질평가를 통해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향미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파인 로부스타(Fine Robusta)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발전해 온 고품질 로부스타입니다. 잘 익은 열매를 선별하고 발효와 건조를 세심하게 관리하면 묵직한 질감에 단맛과 깨끗한 여운을 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우수한 커피에서는 과일 향과 산뜻한 산미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향미가 나타납니다.

[김영민의 COFFEE MASTER] 베트남 커피의 미래

이러한 재발견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커피의 한 종류인 엑셀사(Excelsa)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엑셀사는 독특한 과일 향과 선명한 산미 등으로 주목받으며 해외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직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베트남 커피의 향미를 더욱 다양하게 보여주는 커피입니다. 파인 로부스타가 기존 주력 커피의 품질과 가치를 높이는 흐름이라면, 엑셀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커피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흐름입니다. 베트남 커피산업은 그동안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이제 생산 기반이 안정되고 산업이 성숙하면서,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와 함께 어떤 맛과 품질의 커피를 만드느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공 기술로 넓어지는 커피의 가능성

커피의 향미는 산지의 기후와 고도, 토양 등 재배 환경을 뜻하는 떼루아(Terroir)와 품종의 영향을 받지만, 수확 후 가공 과정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열매의 숙도와 선별 수준, 과육과 점액질의 처리 방식, 발효와 건조 조건이 최종 품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생산자는 이러한 조건을 조절하여 산지와 품종의 장점을 살리고, 향미 표현에 불리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내추럴(Natural)은 열매를 통째로 건조한 뒤 마른 껍질과 과육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건조 과정에서도 발효와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워시드(Washed)는 껍질과 과육을 벗기고 점액질을 제거한 뒤 건조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발효조(Fermentation Tank)에서 미생물과 효소의 작용으로 점액질을 분해한 다음 물로 씻어냅니다. 허니(Honey)는 과육을 제거하되 점액질을 남겨 건조하는 방식이며, 남기는 양과 건조 조건에 따라 향미가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발효를 점액질 제거뿐 아니라 향미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애너로빅(Anaerobic), 즉 무산소 발효는 외부 산소의 유입을 제한한 환경에서 발효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시간과 온도, pH 등을 관찰하여 발효의 진행 상태를 판단하고 관리합니다. 발효 중 미생물이 생성하는 유기산과 향기 성분, 커피 씨앗 내부의 생화학적 변화는 로스팅 후 향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효를 거친 열매를 통째로 건조하는 방식

이 ‘애너로빅 내추럴’입니다. 내추럴·워시드·허니가 과육과 점액질의 처리 및 건조 방식을 구분하는 말이라면, 애너로빅은 발효 환경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다만 발효 시간이 길거나 향이 강하다고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시점에 발효를 마치고 균일하게 건조하여, 특징적인 향과 단맛, 깨끗한 여운이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영민의 COFFEE MASTER] 베트남 커피의 미래

한국에 전하는 베트남 커피의 미래

닥락성에 기반을 둔 베트남 국영기업 시멕스코 닥락(Simexco DakLak)은 생산자들과 함께 품질을 개선하며, ‘저렴한 대량 공급처’였던 베트남 커피의 이미지를 좋은 맛과 품질의 산지로 바꿔 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사)한국커피협회 하계정기총회에서는 파인 로부스타를 소개하고, 한국커피협회와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 부온마투옷커피협회, 시멕스코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10월 서울커피앤티페어에서 선보인 파인 로부스타는 과일 향과 단맛으로 ‘이것이 정말 로부스타인가’ 하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골든커피어워드(Golden Coffee Award)를 주관하는 한국커피로스터연합(CRAK)과도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필자는 이 교류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김영민의 COFFEE MASTER] 베트남 커피의 미래

오는 12월 3~6일 하노이에서 제2회 국제골든커피어워드 베트남 대회(International Golden Coffee Award Vietnam)가 열립니다. 에스프레소, 하우스 블렌드, 싱글 오리진 세 분야 중 싱글 오리진에는 시멕스코의 ‘애너로빅 내추럴 파인 로부스타(Anaerobic Natural Fine Robusta)’가 지정 생두로 쓰입니다. 같은 생두가 참가자들의 로스팅을 거쳐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됩니다. 같은 기간 열리는 한베우정의거리축제에서는 양국 로스터들의 원두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 편집숍도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인소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사)한국커피협회는 2005년 창립해 한국 최초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만든 협회이다. 15개의 권역부가 있으며, 216곳의 교육기관에서 공인 자격증 교육을 제공한다. 하노이 K커피칼리지는 2022년 설립된 협회 인증교육장 및 실기고사장으로, 한국과 동일한 협회 공인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과 시험을 베트남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국제골든커피어워드 베트남 대회를 개최하며, 베트남 커피의 가치를 알리고 한국과 베트남의 커피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글 김영민(국제골든커피어워드 베트남 조직위원장, (사)한국커피협회 베트남지부장, 하노이 K커피칼리지 원장) / kcoffeecolle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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