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100년 비전 마스터플랜-도시의 골격을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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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미영 (에이레네 부동산 대표)

하노이의 새벽을 여는 호떠이(서호) 주변은 여전히 고요하다. 호수 주변 카페들은 여유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호안끼엠의 잔잔한 물결은 이 도시가 간직한 시간의 깊이를 묵묵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 평온한 풍경 이면에서 하노이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성장을 넘어, 도시의 골격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도시 가치의 재설정’이 시작된 것이다.

입체적 인프라의 재구성: 4대 수직 공간과 9대 발전 축

도시 재정비는 인프라 통합 및 교통체계 개선을 포함한다. 특히 하노이시가 발표한 세부 계획에 따르면, 단순한 정비를 넘어 도시의 입체적인 동맥을 새로 뚫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계획의 백미는 하노이를 ‘4대 수직 공간(Four Vertical Layers)’으로 설계한다는 점이다.

1. SKYLINE (1,000m): 신규 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고층 빌딩군을 배치하여 도시의 랜드마크를 형성한다.

2. GROUND LEVEL: 녹지, 유산 보존, 보행자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여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

3. WATERFRONT: 홍강과 서호를 잇는 수변 공간을 문화와 생태의 중심지로 전환한다.

4. UNDERGROUND: 메트로 허브 기반의 상업 시설과 도시 침수를 막기 위한 스마트 방재 시스템(대형 저류조)을 구축한다.

(자료 출처: VnExpress)

또한, 하노이는 ‘9대 공간 발전 축’을 통해 도시 연결성을 극대화한다. 홍강 경관 축을 비롯해 서호-바비(Hồ Tây – Ba Vì) 문화-자연 축 등 9개의 주요 회랑을 따라 경제권이 형성될 예정이다. 이는 메트로 역사를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을 밀착시키는 대중교통 중심 개발(TOD) 전략과 맞물려 도심 혼잡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열쇠가 될 것이다.

아울러 투리엔교(Tứ Liên), 쩐흥다오교(Trần Hưng Đạo) 등 주요 교량 건설은 수변 공간을 생태와 문화가 결합된 ‘홍강 경관 대로(Landscape Boulevard)’로 탈바꿈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86만 명의 대이동: 2045년을 향한 거주자 재배치 로드맵

계획의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인구 과밀 해소를 위한 대규모 재배치 전략이다. 하노이시는 2045년까지 총 86만 2,000명 이상의 주민을 단계적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1단계: 2026~2035]

이 기간에는 홍강(Red River) 주변에서 약 20만 명, 호아타이 및 인근 지역에서 약 20만 명, 그리고 제3순환도로 일부 거리에서 약 4만 2,000명의 재배치가 이루어진다. 대규모 이주와 함께 교통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는 시기다.

[2단계: 2036~2045]

도시 구조를 완성하는 단계로, 구시가지에서 약 2만 6,730명, 옛 거리에서 약 2만 3,000명, 그리고 제3순환도로 기타 지역에서 무려 37만 명의 재배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86만 명의 재배치,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동산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계획은 ‘공급 축소’와 ‘기능 재편’이라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내포한다. 주민 86만 명이 재배치된다는 것은 기존 도심의 고밀도 주거 환경이 해체되고 고부가가치 상업·문화 공간으로 변모한다는 뜻이다.

중심지의 주거 공급이 줄어들 경우 자산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으나, 동시에 강력한 개발 제한과 규제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 하노이 투자의 공식은 ‘단순 점유’에서 ‘기능적 가치 선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홍강과 호떠이, 하노이의 새로운 축이 될 것인가

이번 계획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홍강과 호떠이를 잇는 축이다. 하노이시는 이 지역을 단순한 자연 경계를 넘어 도시의 상징성과 부동산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경관·문화 중심축(Landscape & Culture Axis)’으로 재정의했다.

서울의 한강 개발이나 상하이의 푸동 사례처럼, 잘 가꿔진 수변 공간은 도시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하노이 역시 홍강을 단순한 강이 아닌 하노이의 새로운 심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는 이 지역이 단기 급등을 노리는 투기처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승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노이는 지금 100년 후를 내다보며 스스로의 살과 뼈를 깎아내고 있다. 실제 실행 속도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향후 가치를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가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하노이의 미래 가치가 우리가 알던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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