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칼럼] 막히고 잠기는 하노이, 땅속에 ‘2층 도시’ 뚫는다

spot_imgspot_img

지하철 · 상가 · 주차장을 하나로! 2030~2050 하노이 지하공간 개발 마스터플랜

하노이시가 앞으로 ‘지하도시’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거대한 지하상가나 지하도시 형태를 완전히 갖춘 것은 아니지만, 2030년 이후를 목표로 차근차근 단계별 개발 체계를 잡아가는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하노이 지하공간 개발 계획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도시 전체 지하공간 개발 마스터플랜

하노이시는 약 756㎢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의 단기 목표와 2050년을 내다보는 지하공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756㎢는 서울시 전체 면적(605㎢)의 약 1.25배에 달하는 크기다.

이 계획의 핵심은 지하철, 지하 보행로,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각종 도시 기반시설을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하는 데 있다. 즉, 단순히 지하철 노선만 새로 뚫는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지상과 지하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2층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대형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왜 지하공간을 개발하는가?

현재 하노이는 9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데다 차량과 오토바이가 과도하게 쏠리면서 여러 심각한 도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극심한 교통 체증 : 급증하는 이동 수단에 비해 도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여 연일 심각한 정체를 겪는다. 특히 출퇴근 길에 폭우로 물까지 차오르면 도로 기능이 마비되어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주차 공간 부족 : 하노이시의 공식 주차장은 급증하는 차량 수요의 겨우 10% 정도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700만 대가 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등록되어 있으나 주차장이 부족해, 도심 아파트와 주거 지역 주민들은 날마다 극심한 주차난과 불법 주차 단속으로 큰 불편을 겪는다.

걷기 힘든 보행 환경 : 인도가 오토바이 주차장이나 상점 가판대에 점령당해 마음 놓고 걸을 인도조차 마땅치 않다. 신호등이나 횡단보도가 있어도 멈추지 않는 오토바이 사이를 눈치껏 건너야 해서 처음 하노이에 온 이들에게는 길 건너기가 큰 숙제이기도 하다.

낡은 전기 · 통신·상하수도 : 도시가 급격히 커지면서 낡은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이 인구 증가를 제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래된 구도심과 노후 아파트 단지(Khu tập thể)를 중심으로 생활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이 지속된다.

상습 침수 위험 : 최근에는 태풍이나 우기철에 150~300mm(많은 곳은 450mm 이상)가 넘는 폭우가 자주 내리면서 도심 저지대와 주요 도로의 침수 위험이 상존한다. 하노이시가 비상 전력과 대공사를 통해 “홍수 위험 관리” 체계로 전환하려는 이유다.

지상에서 발생하는 이처럼 복잡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하노이시가 땅속 지하공간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호치민 시의 지하역사 조감도.(사진 출처: tuoitre.vn)
호치민 시의 지하역사 조감도.(사진 출처: tuoitre.vn)

한국이나 일본처럼 발전할 가능성은?

발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다만 하노이가 풀어야 할 까다로운 숙제들도 적지 않다.

높은 지하 수위 : 지하수 과다 채굴에 따른 지반 침하 문제와, 폭우 때 강물이 갑자기 불어나 들이치는 침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무른 흙(연약 지반) : 하노이는 홍강 삼각주 주변 지형 특성상 땅속 10~30m 깊이까지 진흙과 찰흙 층이 매우 두껍게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땅을 파고 공사를 할 때 지반이 꺼지거나 건물이 기울어질 위험이 늘 수반된다.

하노이 지하공간 개발의 중심축인 지하철 3호선(뇬~하노이역) 지하 굴착 현장. TBM 굴착기가 지하 4km 구간을 관통하며 도심 지하망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노이시 페이스북)
하노이 지하공간 개발의 중심축인 지하철 3호선(뇬~하노이역) 지하 굴착 현장. TBM 굴착기가 지하 4km 구간을 관통하며 도심 지하망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노이시 페이스북)

막대한 공사비 : 땅이 무르고 지하수가 많다 보니 정밀한 고급 장비와 고난도 기술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오래된 유적지가 많은 구도심 지하를 통과할 때는 안전 기준이 훨씬 까다로워져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화재 보호 문제 : 하노이시는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100년 비전을 세웠으나, 현실적으로 공사 과정에서 유적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관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따라서 서울이나 도쿄처럼 단번에 전면적인 지하도시를 만들기보다는, 주요 지하철 역사 주변을 거점으로 삼아 차근차근 이어 나가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지하철과 주차장, 상가, 그리고 각종 배관과 통신선까지 지상과 지하를 조화롭게 연결하려는 하노이 지하공간 개발 계획. 앞으로 이 지하 교통망이 완성되면 베트남 경제와 교민들의 삶에도 커다란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칼럼이 독자 여러분의 이해에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늘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생활을 누리기를 기대해 본다.

글 송재영 (하노이 신짜오 렌트카 대표, 이메일 xinchaovn17@gmail.com)

spot_imgspot_img
최신 기사
spot_img
관련 기사
spot_imgspot_img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