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작가와의 만남’ 성료… 『마당을 나온 암탉』 창작 뒷이야기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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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작가, 하노이 교민과 창작 뒷이야기 나눠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개원 20주년을 기념하는 ‘황선미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9월 22일 오후 2시 하노이한인회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문화원이 하노이 교민을 위해 마련한 자리로,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가 참석해 작품의 탄생 배경과 영화화 과정, 독자와의 인연을 나누며 교민들의 질문에 답했다.

황선미 작가는 1995년 등단 이후 『나쁜 어린이 표』, 『일기 감추는 날』, 『들키고 싶은 비밀』 등을 집필했다. 2000년 발표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국내 누적 판매량 180만 부를 기록하며 한국 창작동화 최초의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해당 작품은 해외 36개국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베트남어판으로도 소개해 큰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2011년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은 관객 220만 명을 동원하며 현재까지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알을 품지 않는 오리와 털을 뽑는 암탉

작품의 출발점은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이었다. 아들의 친구가 펼쳐두고 간 책에서 ‘집오리는 알을 품지 않는다’는 구절을 본 작가는, 얼마 뒤 ‘암탉은 알을 품기 위해 가슴 털을 스스로 뽑아낸다’는 사실을 접하게 됐다. 작가는 2011년 〈씨네21〉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서로 대비되는 두 습성이 부딪히며 ‘자유 의지’라는 주제가 싹텄다고 설명했다.

많은 독자가 이 책을 모성애의 기록으로 기억하지만, 작가가 처음 구상한 것은 꿈을 품고 이뤄가는 한 존재의 주체적인 성장기였다. 주인공 ‘잎싹’이라는 이름 역시 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생명을 떠받치는 잎사귀의 의미를 담았다. 양계장의 철망을 벗어나 마당과 들판을 거쳐 마침내 하늘로 나아가는 잎싹의 여정은 곧 의식과 자유가 확장되는 과정이었다.

‘황선미 작가와의 만남’ 성료… 『마당을 나온 암탉』 창작 뒷이야기 나눠

“동물의 탈을 쓴 소설”

황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실상 동물의 탈을 쓰고 인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소설”이라고 정의했다. 흔히 보잘것없고 미련하다고 여겨지는 닭의 입을 빌려,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투영했다는 설명이다. 동물의 탈 속에 담긴 진실은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인간의 본질이다. 독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부모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 또한 이 장치가 가진 목적이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해외 독자들에게도 전달됐다. 한국에서는 동화로 분류되어 주로 어린이가 읽은 반면, 영미권과 유럽에서는 어른도 함께 읽는 소설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책은 성장을, 영화는 양육을 이야기하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8년에서 10년에 이르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원작자의 저작권을 정당하게 보호받는 계약 선례를 남기고자 노력했다. 원작이 한 존재의 내면적 성장과 고독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종이 다른 존재를 키워내는 양육의 서사와 시각적 볼거리에 무게를 두었다. 해외 상영 당시 족제비 등장 장면이 무서워 울며 나갔던 어린이가 다시 들어와 끝까지 관람했던 에피소드도 함께 소개됐다.

주인공 ‘잎싹’의 실제 모델은 아버지

잎싹을 추격하다 결국 그를 잡아먹는 족제비는 악당일까. 작가는 “족제비 역시 추운 겨울 제 새끼를 살려내야 하는 어미일 뿐”이라며, 결말을 생태계의 먹이사슬이라는 자연스러운 순환 안에서 구상했다고 말했다. 잎싹의 죽음 역시 비극이 아니라 타자를 살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의 완성으로 바라봐 주길 당부했다.

‘황선미 작가와의 만남’ 성료… 『마당을 나온 암탉』 창작 뒷이야기 나눠

잎싹의 실제 모델은 작가의 아버지였다.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느낀 삶에 대한 관조와 안타까움이 작품의 바탕이 됐다. 특히 잎싹이 자신을 내어주는 마지막 장면에는 임종 전 “내가 죽거든 밥을 넉넉히 지어 지나는 이 누구라도 한 끼 먹을 수 있게 나누라”던 아버지의 유언이 반영됐다. 혈연에 얽매인 모성을 넘어,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품어 키워내는 삶의 숭고함을 전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담긴 대목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독자들과의 특별한 기억도 공유됐다. 어릴 적 사인회에서 만난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 당시 찍은 사진을 들고 찾아온 일, 영문판 출간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 서점으로 한국인 교환학생이 지갑도 챙기지 못한 채 달려와 눈시울을 붉혔던 일 등 잊지 못할 순간들이 전해졌다.

‘황선미 작가와의 만남’ 성료… 『마당을 나온 암탉』 창작 뒷이야기 나눠

“아이의 글을 평가하지 말고 조력자가 되어라”

작가는 글쓰기의 핵심으로 직접적인 경험과 관찰을 강조했다. 관념적인 감상에 머물지 않고 현장을 직접 겪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작가 자신 역시 토종 씨앗과 종자 주권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시골에서 사과참외를 직접 재배했던 경험을 전했다.

부모들을 향해서는 아이의 글을 평가하거나 정답을 주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스스로 느끼고 실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눈높이를 맞추는 조력자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많은 교민이 궁금해했던 『마당을 나온 암탉』 2권 집필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예정된 작업 일정으로 인해 당장은 어렵지만, 독자들의 성원을 기억하며 앞으로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답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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