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추절 “뗏쭝투” 풍습… 같은 보름달 아래,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추석을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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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추석은 둥근 보름달 아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상징이자, 자연에 감사하며 풍년과 평안한 삶을 기원하는 자리다. 동시에 세대를 잇는 끈이 되어 아름다운 전통문화의 가치를 다음 세대로 전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같은 달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들이 지켜온 다채로운 명절 풍습을 소개한다.

글 응우옌 티 허우 인턴 기자|정리 편집국

베트남의 중추절은 어린이 명절

한국의 추석이 가족 간의 화합과 조상에 대한 감사를 담아내는 정갈한 명절이라면, 베트남의 추석은 그 화합의 의미 위에 아주 독특한 정체성을 하나 더 품고 있다. 바로 ‘어린이들을 위한 명절’이라는 점이다.

왜 음력 8월 보름날 밤이 어린이의 날이 되었을까? 베트남의 전통 농경 사회에서는 바쁜 수확철 동안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어른들이, 농사일이 끝나는 음력 8월 보름에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사랑을 담아 잔치를 차려주고 장난감을 선물하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에 들어 더욱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전쟁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고통받던 시절, 호찌민 전 주석은 매년 중추절마다 전국 어린이들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내며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뗏쭝투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중추절은 명실상부한 베트남 최대의 ‘어린이 명절’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처럼 추석 밤을 수놓는 주요 행사와 풍경은 아이들에게 찬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물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축제의 장 안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단연 주인공이다. 손에 손을 잡고 등불 행렬을 마음껏 즐기며 전통놀이에 젖어 들고,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 ‘파꼬(phá cỗ, 제사상 헤치기)’를 즐길 때 아이들의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베트남 중추절 “뗏쭝투” 풍습… 같은 보름달 아래,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추석을 보낼까?

베트남 전통 중추절 풍습

사진 출처: banhbaominh.com
사진 출처: banhbaominh.com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추석 음식

바인 느엉(월병), 바인 제오(찹쌀떡) 외에도 자몽, 감, 꼼(Cốm) 등 가을 과일이 제사상에 오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바인 로 헤오(bánh rọ heo)’, 일명 대나무 바구니 속 돼지 모양 월병이다. 베트남 문화에서 돼지는 행운과 자손 번창, 복과 풍요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따라서 대나무 바구니 안에 통통한 돼지 모양으로 담긴 월병은 가족 간의 끈끈한 정과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상징한다. 이 시기에는 가족과 지인에게 돼지 모양 월병 세트를 선물하며 화목한 가정과 넉넉한 삶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사진 출처: VTV24
사진 출처: VTV24

보름밤의 ‘파꼬(phá cỗ)’, 화합의 명절만이 가진 유쾌한 개념

베트남어에서는 보통 잔치, 결혼식, 제사 등에 참석할 때 “안 꼬(ăn cỗ, 상 먹기)”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유독 추석에만 “파꼬(phá cỗ, 상 헤치기)”라는 말을 쓴다. 이 명칭은 보름달 아래 제사상이 내려질 때 벌어지는 왁자지껄하고 흥겨운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신나게 소리치며 제사상을 둘러싼다. 그 들뜬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때때로 서로 밀치며 돼지 모양 월병 한 조각, 감 한 개, 자몽 한 쪽, 또는 또헤 인형 하나를 놓고 다투기도 한다. 다소 사랑스러운 혼란이 있을지언정, 바로 이 순수한 ‘쟁탈전’이야말로 웃음소리 가득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화합의 명절 밤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하고 즐거운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진 출처: langngheviet.com.vn
사진 출처: langngheviet.com.vn

또헤(Tò he), 시대에 따라 변화한 독특한 반죽 인형

옛 추석 놀잇감을 이야기할 때 또헤를 빼놓을 수 없다. 옛날에는 찹쌀가루와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색소로 인형을 빚어 대나무 고리에 꽂아 제사상에 올렸으며, 아이들이 보름날 밤 놀고 난 뒤에는 쪄서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장인들이 공업용 식용 색소를 사용하게 되면서 현대의 또헤는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대신 생생하고 살아있는 듯한 민속 예술 작품으로서 전시용이나 어린이 선물용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출처: doisongphapluat.vn
사진 출처: doisongphapluat.vn

보름밤을 수놓는 신나는 전통 놀이들

달맞이 제사 전후로 마을 사당 앞마당이나 넓은 공터는 언제나 각종 흥겨운 놀이로 축제 분위기가 폭발하는 곳이었다.

자몽씨 폭죽 태우기: 아이들은 몇 주 전부터 자몽씨를 하나씩 모아 철사에 꿰어 말린다. 추석 밤이 되면 이 자몽씨 줄을 불태우는데, 탁탁 튀는 불빛과 함께 진한 자몽 향유 냄새가 퍼지면서 추억이 가득 담긴 수제 ‘폭죽’이 된다.

별 모양 등불 행렬: 아이들은 화려한 별 모양 등불을 손에 들고 줄지어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익숙한 추석 노래를 목청껏 부른다.

용뱀이 구름으로 오르네(Rồng rắn lên mây):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는 단체 전통놀이다. “용뱀이 구름으로 오르네, 눅낙 나무가 있네…”라는 노랫말과 함께 ‘의사 선생님’을 피해 도망치며 터지는 웃음소리가 온 마을을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사진 출처: laodong.vn
사진 출처: laodong.vn

민속 사자춤, 여전히 가을을 알리는 흥겨운 소리

옛날 사자탈은 헌 신문지를 겹겹이 붙여 만들고 손으로 대충 색칠했으며, 사자춤용 북은 때로 양철통이나 작은 가죽북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마을 초입부터 끝까지 울려 퍼지는 “둥둥 착!” 하는 북소리는 언제나 등불을 든 긴 아이들 행렬을 이끌어냈고, 아이들은 걸으면서 추석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보름달 속, 한국인은 옥토끼를 보고 베트남인은 누구를 볼까?

베트남 중추절 “뗏쭝투” 풍습… 같은 보름달 아래,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추석을 보낼까?

베트남 사람들은 반얀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쭈꾸이(Chú Cuội)’의 모습을 본다고 믿는다.

베트남의 전설에 따르면, 옛날 옛적에 꾸이(Cuội)라는 이름의 착한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숲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모든 병을 치료하고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 살릴 수 있는 신비한 반얀나무를 발견했다.

귀한 약이 되는 나무임을 알게 된 꾸이는 나무를 집으로 가져와 정성껏 심고 돌봤다.

꾸이는 아내에게 나무에 반드시 깨끗한 물을 주고, 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늘 당부했다. 하지만 어느 날 사고로 아내의 건망증이 심해져 꾸이의 당부를 자주 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꾸이가 집을 비운 사이, 아내는 실수로 나무에 더러운 물을 주고 말았다. 그러자 반얀나무가 갑자기 크게 흔들리더니 뿌리째 뽑혀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온 꾸이는 나무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달려가 나무의 뿌리를 붙잡았다. 그러나 나무는 계속 하늘 높이 올라갔고, 꾸이 역시 나무와 함께 달나라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꾸이는 반얀나무와 함께 달에서 살아가며 늘 지상의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보름달이 뜨는 밤, 달을 자세히 바라보면 반얀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쭈꾸이(Chú Cuội)’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전설일 뿐만 아니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한 것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가족과의 재회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베트남 중추절 “뗏쭝투” 풍습… 같은 보름달 아래,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추석을 보낼까?

오늘날의 베트남 중추절

세월이 흐르면서 베트남의 중추절 풍습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오늘날에는 중추절을 맞이하는 방식이 과거에 비해 간소화되고 현대적인 형태로 바뀌었지만, 중추절이 지닌 의미와 가치는 여전히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happybox.vn
사진 출처: happybox.vn

거리 곳곳을 가득 채우는 중추절 분위기

중추절을 앞두고 음력 8월 보름이 다가오기 몇 주 전부터 베트남 곳곳에서는 중추절을 위한 다양한 물품과 장식이 등장한다. 특히 하노이의 항마 거리(Hàng Mã)는 매년 중추절 시즌이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꼽힌다. 다종다양의 등불과 사자춤 탈, 전통 가면, 각종 장난감 등이 거리를 가득 채우며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사진 출처: hoabinhevents.com
사진 출처: hoabinhevents.com

다채롭게 펼쳐지는 중추절 행사

매년 하노이시 곳곳에서는 중추절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중추절 전통시장과 문화공연을 비롯해 사자춤, 어린이 등불 행렬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연 만들기, 별 모양 등불 만들기, 전통 가면 그리기, 또헤(Tò he) 빚기 등 전통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형 워크숍과 중추절 상차림 경연 등도 마련된다. 이러한 활동은 중추절의 아름다운 전통과 의미를 이어가는 동시에, 베트남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세대에 물려주고 널리 알리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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