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칼럼] 앞서갈 때 더 낮아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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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잘 치는 법보다 함께 걷는 법을 먼저 배우는 운동

예전에 처음 뵌 선배님과 함께 라운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반이 끝났을 때 선배님은 세 타를 앞서고 있었습니다. 드라이버는 안정적이었고, 아이언은 정확했으며, 퍼트는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특별히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흔들림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단단한 플레이였습니다. 점수는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분위기는 분명 선배님에게 기울어 있었습니다.

사람은 앞서기 시작하면 조금씩 달라집니다. 말이 많아지고 표정이 밝아지며, 분위기를 이끄는 위치에 서고 싶어집니다. 유리한 상황에 놓이면 자신도 모르게 조언이 늘어나고, 농담의 수위도 조금 높아집니다.

“오늘 감이 좋습니다.”

“그 샷은 조금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가볍게 던진 말일지라도, 앞서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는 다르게 들립니다. 그 말은 격려가 아니라 평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우위에 서면 상대보다 위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그 의도가 선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골프처럼 하루 종일 함께 걷는 운동에서는 말 한마디의 무게가 생각보다 큽니다.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한마디이고, 어렵게 만든 분위기를 무너뜨리는 것도 결국 한마디입니다.

그러나 그날 선배님은 달랐습니다.

좋은 샷이 나와도 과하게 반응하지 않았고, 점수 차를 의식한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실수했을 때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가장 먼저 박수를 보냈습니다.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보다,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였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어도 선배님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점수 차는 조금 더 벌어졌지만 말투는 그대로였습니다. 앞서고 있다는 여유를 과시하지 않았고,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 만한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카트를 타고 이동할 때도 먼저 앞서 나가지 않았고, 그린을 떠날 때도 동반자의 퍼트가 끝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그 여유는 실력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앞서갈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우위에 서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그 여유가 무심함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실력에 자신감이 생길수록 말은 길어지고, 행동은 조금씩 빨라집니다. 본인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짜 품격은 앞서고 있을 때 드러납니다. 뒤처질 때 겸손한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잘되고 있을 때에도 평소와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은 성공하는 순간보다 성공을 대하는 태도에서 본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유리한 상황은 사람의 본심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성과가 보일수록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커집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하지만 진짜 품격은 절제에서 나옵니다. 힘이 있을 때 그 힘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앞서면서도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사람은 결과와 상관없이 오래 기억됩니다.

라운드가 끝났을 때 동반자들은 점수 차보다 분위기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정말 편하게 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같이 라운드하면 부담이 없네요.”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갔습니다. 그것은 실력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태도에 대한 존중이었습니다. 동반자의 스코어는 기록으로 남았지만, 앞서가면서도 자신을 낮추던 선배님의 모습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인상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성과가 좋을 때일수록 말과 표정은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앞선다는 것은 힘을 갖는 것이고, 힘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사람보다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이 더 큰 신뢰를 얻습니다.

[골프 칼럼] 앞서갈 때 더 낮아지는 사람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겸손은 약함이 아니라 여유의 표현입니다. 충분한 자신감이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고,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만이 상대를 빛나게 할 줄 압니다.

그날 라운드를 마친 뒤 저는 제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앞서갈 때 나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점수 차가 벌어질수록 목소리가 커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게 상대를 평가하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좋은 흐름에 취해 동반자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던 적은 없었을까.

생각해 보면 골프는 잘 치는 법보다 함께 걷는 법을 먼저 배우는 운동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실력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유리한 순간에 자신을 낮추는 태도인지도 모릅니다.

앞서면서도 겸손할 수 있는 사람, 이기고 있을 때 더욱 조용해질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실력보다 동반자의 마음을 먼저 살필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 곁에는 다음 라운드의 초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초대야말로 좋은 스코어보다 더 값진 평가일지도 모릅니다.

글 남호환 프로 (하노이/박닌 속성 끝장 레슨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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