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법률 칼럼] 베트남 파산제도의 현실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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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트남에서는 파산법이 있어도 쓰이지 않는가

베트남에는 파산법이 존재하지만 실무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유를 지급불능 요건의 지나친 광범위성과 경영진 개인책임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한국 기업에 어떤 리스크로 이어지는지도 함께 짚어봅니다.

법전 속에 갇힌 파산제도의 순기능

파산제도는 현대 경제사회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주가 채무 면제만을 목적으로 이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파산제도는 본질적으로 잔여재산이 남아 있는 시점에 기업을 적기에 정리함으로써 자산 유출을 방지하고, 기업주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을 가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는 기업회생 및 파산제도를 법제화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업 파산 사례가 급증하면서 관련 제도가 빠르게 발전하였습니다. 워크아웃, 법정관리와 같은 용어가 대중에게도 익숙한 것은 그 결과입니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파산제도가 실무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사례를 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베트남 파산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두 가지 핵심 쟁점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지급불능 요건의 지나친 광범위성

베트남 파산법은 파산을 “채무지급능력을 상실한 기업에 대해 법원이 파산을 선고한 상태”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채무지급능력 상실의 요건으로는 “이행기한을 3개월 초과하여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경우”를 규정합니다.

이 조항의 핵심적인 문제는 채무의 종류, 금액의 경중, 기업의 실제 재무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 하나의 채무라도 이행기한을 3개월 넘기면 파산신청 요건이 충족되므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도 파산 절차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제도 남용의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열어두는 구조입니다.

[베트남 법률 칼럼] 베트남 파산제도의 현실과 한계

역설적으로, 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요건은 베트남 법원의 느린 실무 처리 속도와 맞물려 파산제도가 오히려 거의 활용되지 않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요건이 지나치게 낮아 파산신청이 남발될 위험이 있음에도 실제 법원 처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제도 자체가 사실상 사문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영진 개인책임 조항과 유한책임 원칙의 충돌

베트남 파산법은 법인장, 유한책임회사 사원총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에게 기업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경우 파산신청을 할 법적 의무를 부과합니다. 더 나아가, 합리적인 기간 내에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개인적인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해당 경영진은 3년간 회사 설립 및 관리자 직무 수행이 금지됩니다.

이 조항은 현대 회사법의 핵심 원칙인 유한책임의 원칙을 정면으로 배제합니다. 유한책임 원칙에 따르면 투자자는 납입 자본금의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하며, 설령 경영에 실패하여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개인재산까지 책임을 확장하지 않습니다. 베트남 기업법 역시 이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산법의 경영진 연대책임 조항은 사실상 이 원칙의 예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합리적인 기간”이라는 불확정 개념입니다. 어느 시점부터 파산신청 지연이 법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경영진은 상시적인 법적 불확실성에 노출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이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즉시 법인장이 개인 연대책임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베트남 파견 한국인 법인장의 리스크

위와 같은 법제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 기업, 특히 한국 기업에 현실적인 리스크를 야기합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현지법인에 본사 직원을 파견하여 법인장으로 선임합니다.

이 경우 해당 파견자는 실질적으로는 본사의 지시를 따르는 근로자에 불과하지만, 베트남 법상으로는 파산신청 의무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법인장의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기업의 경영 판단과 파산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이 본사에 있음에도, 법적 책임은 현지 파견 직원에게 귀속되는 이 구조는 베트남 법 현실과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습니다.

제도의 공백 속, 실무적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

결론적으로 베트남 파산법은 지급불능 요건의 지나친 광범위성과 경영진 개인책임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기업의 정상적인 정리를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도가 존재하되 실무에서 작동하지 않는 이 역설적 상황은, 결국 채권자와 투자자 모두를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베트남 내에서의 사업 철수 또는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파산제도에 의존하기보다는 법인장의 법적 지위 관리, 사전적 채무구조 조정, 청산 대안의 검토 등 실무적 리스크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글 전현우 | 법무법인JP 베트남사무소 대표변호사, 전 JB SECURITIES VIETNAM 감사위원, 전 한국예탁결제원 변호사,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문사항: 기업법무, 금융, M&A, 부동산, 연락처: +84 (024) 3724 5201~3, 이메일: bhsjun@jplawv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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