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미쉐린 ‘셀렉티드’ 지준혁 셰프가 빚어내는 한식 파인다이닝의 세계
지난 6월 4일 미쉐린 1스타를 받은 그랜드플라자 하노이의 한식 파인다이닝 ‘온빛’. 그 주방을 책임지는 지준혁 셰프를 만났다. 인터내셔널 퀴진이 주류를 이루던 하노이 파인다이닝 무대에 한식을 올린 이야기와, 그의 미식철학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온빛을 소개한다.
우연이 아니었던 미쉐린 스타, 탐험의 시간이 쌓여 도달하다
온빛의 미쉐린 1스타 뒤에는 세계 여러 나라를 거치며 미식을 탐험해 온 지준혁 총괄 셰프가 있다. 그는 온빛 이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라브리(L’Abri)’로 이미 4년 연속 미쉐린 셀렉티드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번 1스타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결과가 아니라, 그 탐험의 시간이 쌓여 도달한 지점이었다.
지 셰프는 22세 때부터 일본·캐나다·필리핀을 거치며 각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프렌치와 일본식 조리를 깊이 익혔다. 그렇게 여러 나라의 주방을 거친 그가 마침내 자리를 잡은 곳이 하노이였다.
지 셰프의 하노이행은 일본 유학 시절 만난 베트남인 아내와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 파인다이닝 막내 생활을 다시 시작할지, 베트남에서 작게라도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지 고민하던 차에, 아내의 터전 하노이를 선택했고, 그렇게 문을 연 라브리(L’Abri)에서 그의 성취가 시작됐다.
하노이에 자리잡은 6년 동안, 그는 로컬 수산시장을 꾸준히 찾으며 좋은 식재료를 직접 골랐다. 베트남식 꼬막과 재첩처럼 그가 직접 먹어보고 좋아하게 된 식재료들이 지금 온빛의 메뉴에 활용되고 있다. 동시에 베트남 직원들과 일하며 쌓은 시간도 그를 바꿔놓았다. “처음에는 베트남 직원들과 일할 때 이해가 안 가고 답답해서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6년 차가 된 지금은 오히려 그들의 여유 속에서 더 큰 가치를 이끌어내자고 생각합니다.” 서울과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 쫓기듯 살던 삶에서 벗어나 오토바이를 타고 로컬 음식을 즐기며 배운 ‘여유’가 주방을 이끄는 힘이 됐다.
어머니의 음식과 손님을 향한 진심이 온빛에서 이어지다
지준혁 셰프는 라브리의 단골이었던 이호성 부회장의 제안으로 그랜드플라자 하노이의 FnB 디렉터로 합류했다. 온빛의 한식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은 그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프렌치 요리를 할 때는 그들의 문화를 흉내 내기 위해 늘 서적을 읽고 여행을 가며 공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온빛의 한식 메뉴를 개발할 때는 유년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의 기억과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서 훨씬 자연스럽고 설렜습니다.” 순천에서 보낸 유년 시절, 포스코에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간 그곳에서 어머니가 해준 음식의 기억이 온빛 메뉴의 출발점이 됐다.
이런 마음은 요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요리는 결국 매뉴얼이 아니라 ‘사랑’과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접시를 우리 부모님께 대접한다고 생각하면, 매뉴얼이 없어도 정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지 셰프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파인다이닝 경험이 없는 베트남 현지 직원들과 시간을 들여 소통하며, 주방과 홀 모두에서 손님을 향한 진심을 담아내는 법을 함께 익혀가고 있다.

온빛, 하노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한식을 선보이다
온빛이 추구하는 모던 코리안의 핵심은 하노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한식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전복죽이 대표적이다. “온빛의 전복죽은 베트남 ST25 쌀을 사용합니다. 한국 쌀보다 향이 강하지만 자스민 라이스 특유의 푸석함이 있어, 이를 리소토의 ‘알 덴테(Al dente)’처럼 80%만 익혀 식감을 살리고 소스의 흡착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참기름은 단 두세 방울만 넣어 쌀 본연의 향을 살렸다.

지 셰프는 이번 수상의 의미를 하노이 한식당의 지형 안에서도 짚었다. 그동안 하노이에서는 일식과 프렌치, 중식이 고급 호텔을 중심으로 일찍이 파인다이닝의 자리를 잡아온 데 비해, 한식은 상대적으로 그런 자리를 갖지 못했다. “하노이에는 한식당이 많지만 대부분 고깃집이나 코리안 바베큐였습니다. 한식으로 파인다이닝을 하는 곳은 거의 없었죠.” 대기업 법인장이나 부임 귀빈을 모실 만한 품격 있는 한식당이 마땅치 않았던 하노이에서, 온빛은 비즈니스 자리와 귀빈 환대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글로벌 셰프들과 교류하며 더 넓어질 한식의 세계를 기대하다
하노이의 식문화를 이끄는 위치에 서면서, 그는 스스로 부족함을 자주 느낀다고 했다. 이를 채우기 위해 연간 10회 이상 다른 셰프들과의 협업 디너를 이어간다. 최근에는 부산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팔레트(Palette)’ 팀을 초청해, 부산 셰프가 한국 식재료로 요리하고 지 셰프가 하노이의 머드크랩으로 답하는 교차 요리를 선보였다. “세계적인 셰프들을 하노이로 초청해 서로 배우고 교류하고 싶었습니다.”

참빛그룹 이호성 부회장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지준혁 셰프에게 무대를 내주었고, 그 단단한 믿음은 온빛의 미쉐린 스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의 신뢰 위에서 앞으로 더욱 넓고 깊어질 한식의 세계를 기대해 본다.





